책소개
감화와 교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종교극과 다르게 소극은 웃음을 목적으로 한 세속극으로 분류된다. 이런 점에서 레이플로드(B. Rey-Flaud)는 소극을 아주 간결하게 ‘웃음 기계(la machine à rire)’라고 정의했다. 고대 카니발 축제를 연상시키는 소극은 본능의 세계뿐만 아니라 반전의 세계도 보여 준다. 반전의 세계란 피지배층이 지배층을, 약자가 강자를, 가난한 사람이 부자를 지배하는 세계를 말한다. 아내가 뺨을 때리고 몽둥이를 휘두르며 남편을 꼼짝 못하게 하고, 양치기가 변호사를 농락하고, 거지가 상인을 등쳐 먹고, 상놈이 양반을 이기고, 음탕한 성직자가 모욕당하는 등. 그러나 소극은, 보마르셰의 피가로처럼 혁명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소극은 윤리나 정의와는 무관한 “본능과 충동”의 표현이다. 따라서 소극에서 회한과 뉘우침, 양심의 가책 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라는 속담을 극화한 소극은 웃음을 담보로 속이는 사람과 속이는 행위를 정당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초적인 본능과 약자가 강자를 지배하는 반전의 세계에서 나오는 가볍고 경쾌한 소극적 효과를 단순히 한바탕 웃음보따리로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200자평
<빨래통>, <땜장이>, <구두 수선공 칼뱅>, <파테와 타르트> 등 프랑스 중세 소극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작품들을 선별해 엮었다.
옮긴이
정의진은 경희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 3대학에서 <몰리에르 시대의 단막 소희극(1650∼1673)>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에서 인문학교양교육과 프랑스 공연 예술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시대의 프랑스 연극≫(연극과인간, 2001)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프랑스 중세 소극과 고전 소희극>(한국연극학, 1997), <장−폴 벤젤의 일상극>(한국불어불문학연구, 2001), <프랑스 소극의 구조와 특성>(한국연극학, 2002) 등이 있고, 변역으로는 카텝 야신의 <철학자 구름 같은 연기의 세상 보기>(공연과이론, 2001), 몰리에르의 <바르뷰예의 질투>(2002년 서울공연예술제 공식초청작) 등이 있다.
차례
빨래통
땜장이
구두 수선공 칼뱅
파테와 타르트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땜장이: 여기 계신 여러분
오셔서 한잔합시다.
여성의 승리를 위해
다 같이 축배를 들죠.
아내: 그럽시다. 그거 좋죠.
남편: 맘껏 먹고 마십시다.
다들 어서 오십시오.
남녀노소 직업불문
위아래 가리지 말고
술이 바닥날 때까지
신나게 놀아 봅시다.
≪프랑스 중세 소극선≫, <땜장이> 43쪽